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이다.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 안에서 살며, 이야기에 지배당한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 인간은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경험을 쌓고 자기를 돌아보기도 한다. 이야기는 고도의 논리적 활동이며, 정보와 지혜가 담겨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은 세계를 이해하고 서로 소통하며 문명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것들이 오래된 것들을 금방 대체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에 관한 한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변형되고 세련되어 못 알아볼 뿐 우리는 과거로부터 전해진 이야기를 반복해 사용한다. 반복되는 이야기에는 인간과 사회의 보편적인 원리 그리고 보편적인 윤리, 감정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따라서 오랜 시간을 견디고 우리에게 전해진 이야기는 매우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 책은 과거에 향유되었고 현재도 우리가 즐기고 있는 중요한 이야기 유산의 가치와 그 의미를 살펴본다. 고대의 길가메시, 오디세우스, 관우에서 시작하여 아서왕, 셰에라자드, 임꺽정의 중세를 거쳐 드라큘라와 셜록 홈즈의 근대에 이르는 긴 시간을 대상으로 한다. 지역도 한반도에서 브리튼 섬까지 유라시아 대륙 곳곳을 넘나든다. 다양한 작품을 다루지만, 논의의 초점은 텍스트에 담긴 ‘이야기’와 ‘캐릭터’에 맞추어질 것이다.
책은 전체 4부 12장으로 구성되었다. 1부는 지중해와 북유럽의 오래된 이야기 유산을 대상으로 한다. 『길가메시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에다』와 『니벨룽겐의 노래』를 다루었다. 2부는 유럽과 중동의 중세 이야기이다. 『신곡』과 『실낙원』, 『아발론 연대기』, 『천일야화』와 『칼릴라와 딤나』가 대상 작품이다. 3부는 동아시아의 이야기 유산이다.
『사기』, 『삼국지연의』, 『임꺽정』을 차례로 살펴보았다. 4부는 근대 이후 수집된 이야기들을 다루었다.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 『셜록 홈즈』, 『드라큘라』 그리고 ‘좀비’를 대상으로 한다.
지금은 청주시가 된 충북 청원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다. 초등학교 때는 계림문고에,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삼중당문고에 빠져 살았다. 그때 접했던 소설들을 요즘도 읽으며 지낸다. 젊은 시절 내내 거짓말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허구 세계를 오가며 지냈고, 지금도 현실보다 소설이 더 현실 같다고 느끼며 살고 있다. 상명대학교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외국문학 탐구에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문학과를 졸업했지만 역사학도가 되고자 하는 꿈을 꾼 적이 있는데,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인지 요즘도 자주 역사책을 모아 둔 서가 앞을 기웃거리곤 한다. 육체적으로 힘들거나 마음의 평정을 잃었을 때 소설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 지은 책으로 『세계문학여행 1, 2』 『문학의 해부』 『소설의 시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