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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명
을의 소심함에 대한 옹호
김민휴 저 푸른사상
분야
아카데미 > 인문계열
-작품 세계 시인은 시각의 포충망에 붙잡힌 현상을 감각으로만 이해하지 않는다. 시각의 안쪽에 웅크리고 있는 것, 이를테면 현상의 민낯을 보려 한다. 현상은 늘 사납게 짖어대다가 침묵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감각에 의해 더욱 분명해지는 물자체는 간헐적으로 앓는 소리를 낸다. 따라서 현상의 본성을 파악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므로 김민휴 시인의 시집 『을(乙)의 소심함에 대한 옹호』는 현상을 응시하는 주체들의 진술이다. (중략)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지나간 날을 뒤돌아보지도 않고 오직 현재를 딛고 미래로만 나아간다. 시간은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일정한 빠르기로 무한히 연속되어 흐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 객관적 시간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산다. 그리고 특정한 일 때문에 시간을 지정해놓기도 한다. 시간을 지정하는 것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타자를 통제할 때이다. 이렇듯 시간은 분절과 순환 속에서 유지되는 속성이 있다. 우리는 시간의 등에 올라타 역동적인 순간을 즐기기도 하고, 시간에 포박당하여 수동적인 삶을 살기도 한다. 때로는 형이상학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의 심장에 활을 쏜다. 직관에 의해서 쏜 화살은 우리를 성찰하게 한다. 김민휴 시인의 현상을 응시하는 모습은 “아침 바다가 돌을 다듬고 있다/단단한 돌들의 모서리 다듬어 글자 새기고 있다/큰 돌, 작은 돌, 모든 돌의 몸에/또렷한 글자들, 둥글게 둥글게”「(몽돌밭에서」)처럼 자연의 경외로 나타난다. 아침 바다는 자신을 닮은 돌을 꿈꾼다. 인간이 태양의 모습을 본떠 시계를 둥글게 만들었듯이 바다도 자신의 모습을 본떠 돌을 둥글게 만든다. (중략) 김민휴 시인의 시집 『을(乙)의 소심함에 대한 옹호』는 현상에 대한 치열한 의식 작용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타협할 수밖에 없는 현재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다. 현상을 응시하는 주체들은 자신의 질문에 스스로 답한다. 이토록 낯선 질문은 기표가 되어 허공에 떠돈다. 그렇게 떠돌던 기표는 기의와 섞인다. 그러므로 김민휴의 시적 자아는 현상을 응시함으로써 확장된 인식을 얻는다. ―고광식(시인, 문학평론가) 작품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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