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재미있게, 그림과 함께 읽는 홍루몽. 뤼순박물관 소장 230장면, 글도 압축묘사” 홍학(紅學)이라 해서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빼어나 중국인들 사이에 ‘만리장성과도 바꾸지 않겠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 홍루몽(紅樓夢)을 새롭게 조명했다. 기존 번역서와 달리 청나라 시대의 뛰어난 화가로 뤼순박물관에 소장돼 있기도 한 손온(孫溫)의 그림 230장면에 소설을 압축해 글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도록 한 것이 특징. ‘수호지’(한권으로 엮은)를 평역하고 ‘원본그림 삼국지’와 ‘전략삼국지’를 공동번역하기도 한 고전번역가 강병국 시인(이학박사)의 특유의 감각과 시적인 묘사로 맛이 담백하다. 영원한 고전인 동시에 영원한 현재성을 가져 홍루몽의 인물들이 무엇을 먹었고, 어떻게 입었으며 무대였던 대관원은 어떤 곳인지 끊임없이 회자된다. 그래서 지금도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에서는 대관원이 재현되고, 베이징과 타이베이의 최고급호텔에서는 홍루몽의 연회를 재연하는 홍루연이 열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책은 중국인들의 의식구조와 습속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도록 하고 인간의 감성세계를 정교하게 그려 내었다. 평역자는 “한국인들이 삼국지와 수호지, 서유기 등에는 그토록 열광하면서 왜 홍루몽을 읽지 않는가에서 부터 번역은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중국 4대 명작 중 상대적으로 덜 읽히는 홍루몽을 그림과 함께 쉽고 재미있게 엮어 독자들에게 다가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홍루몽은 중국문화의 백과사전이라고도 하며 청소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인생과 사랑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마력을 지지고 있는데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을 역임한 이우걸 시인은 “중국 가정사와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는데 성큼 다가설 수 있도록 묘사한데다 문장도 시적”이라고 말했다. 또 유재영 시인은 추천 글을 통해 “홍루몽은 중국소설 가운데서도 그 재미와 문학적 가치 면에서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고 했다. 책은 국립 대만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홍광훈 전 서울여대 교수가 감수를 맡았는데 그는 감수의 변에서 “그림을 감상하면서 부담 없이 읽어도 좋을 책”이라고 말했다.
『홍루몽』의 작자 조설근(曹雪芹, 1715?∼1763)은 중국 청나라 사람으로 남경의 강녕직조(江寧織造)에서 귀공자로 태어났다. 그의 증조모가 강희제의 유모였으므로 가문은 3대째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었다. 조부(祖父)인 조인(曹寅)은 공문서 처리 기관이었던 통정사사(通政使司)의 장관을 지냈다. 강희제(康熙帝)가 강남지방 순시 때 그의 집에 네 번이나 들릴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다. 그의 조부 조인(曹寅)은 남경의 문화계 인물로 폭넓은 교유 활동을 펼치고 있었고, 시사와 희곡 등에 정통해 강희제의 칙명에 따라 양주에서 『전당시(全唐詩)』를 간행하기도 했다. 옹정제 즉위 이후 백년영화를 누리던 조씨 가문은 마침내 몰락해 북경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조설근은 어린 시절 잠시 가문의 문화 전통을 맛보았지만 강희제가 죽고 옹정제(雍正帝)가 등극하자 집안이 급격하게 몰락했다. 집안이 몰락하자 커다란 충격에 빠져 불우한 시절을 보냈다. 그가 13~14세 때 부친이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가산을 몰수당하고, 가솔(家率)은 북경으로 이사해 살다가 다시 서교(西郊)의 산중으로 옮겨 살았다. 중년 이후 북경 교외 향산(香山) 아래로 옮겨 빈궁한 속에서도 시와 그림을 즐기며 필생의 역작 『홍루몽』을 창작했다. 만년에 더욱 곤궁해져 그림을 그려주고 받은 돈으로 술을 마셨다. 10년을 홍루몽 집필에 몰두하였으나 완성하지 못했다. 현재 전해지는 120회본 중 전반 80회는 그가 쓴 것이고, 나머지 40회는 다른 사람이 지었다. 그의 생전에 『석두기』 필사본 80회가 전해졌으며 그의 사후에 고악이 이를 수정 보완했고 정위원(程偉元)이 『홍루몽』 120회본을 간행했다. 작품에서 작가는 자신의 가문을 모델로 당시 귀족 집안의 파란만장한 인간사를 그리고 있으며, 가보옥과 임대옥, 설보차 등의 청춘 남녀의 사랑과 슬픔을 핍진하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 속의 대관원은 지상낙원의 모습으로 만들어졌으나 하나같이 불행해지는 젊은 여성들의 비참한 운명 앞에 무기력한 로맨티시스트 가보옥은 깊은 고뇌에 빠진다. 근대 이후 중국의 지성인들은 『홍루몽』의 사상과 예술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다양한 논쟁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으며, 이 소설은 중국의 전통문화를 폭넓게 담고 있는 백과사전으로 인식되어 오늘날 다양하게 펼쳐지는 홍루 문화의 원천이 되고 있다. 홍루몽은 그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는 시적(詩的) 자질이 뛰어나고, 노래와 악기를 즐겼으며, 그림과 서예는 물론 춤과 검술도 뛰어난 다빈치형 인간이었다.